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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MagazineNo.02디자인

펜타그램이 다시 그린 심볼들

여덟 브랜드가 같은 스튜디오를 거치며 남긴 흔적을 비교한다. 형태를 단순화하는 방식은 같지만 그 결과가 향하는 곳은 브랜드마다 다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마주치는 로고 중 상당수가 한 스튜디오의 손을 거쳤다. 미국 뉴욕에 본거지를 둔 디자인 스튜디오 Pentagram은 보험사의 수사슴부터 결제 카드의 겹친 원, 벤처캐피털의 스텐실 서체까지 서로 다른 업종의 상징을 다시 그려왔다. 이 매체가 모은 여덟 개 브랜드는 업종도 국가도 제각각이지만 공통적으로 Pentagram을 거치며 기존 상징을 버리지 않고 다듬는 쪽을 택했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바꿨는지 나란히 놓아보면 스튜디오의 반복되는 판단이 드러난다.

겹치는 두 형태를 정돈하다

금융 브랜드에서 가장 뚜렷한 공통점은 두 도형이 겹치는 심볼을 다루는 방식이다. 마스터카드는 1966년 미국 은행들이 결성한 인터뱅크 카드 협회에서 출발해 1968년 마스터차지로 개편하며 빨강과 노랑이 겹친 두 원을 처음 얻었다. 2016년 Pentagram의 마이클 비럿과 루크 헤이먼이 이끈 팀은 두 원이 겹치는 부분의 빗살무늬를 걷어내고 단색 오렌지로 채웠으며 색이 겹칠 때 밝아지는 가산혼합 방식으로 바꿔 더 낙관적인 인상을 만들었다. 2019년에는 이름 글자를 아예 떼어내고 두 원만 남긴 무문자 마크를 공개했는데 소비자의 80퍼센트 이상이 글자 없이도 심벌을 알아본다는 조사 결과가 근거였다. 페이팔의 상징도 겹친 두 개의 P였다. 2024년 9월 Pentagram의 안드레아 트라부코캄포스 팀은 기울어진 파란 워드마크를 곧추선 검정 워드마크로 바꾸고 두 P의 각도는 유지하되 둥근 모서리를 깎아 더 날카롭게 다듬었다. 파랑은 강조색으로 줄고 흑백이 기본 바탕이 됐으며 탭과 스와이프 같은 실제 결제 동작을 타이포그래피의 움직임으로 옮긴 모션 언어가 새로 더해졌다.

Plate 1겹친 두 도형을 유지한 채 형태만 다듬은 마스터카드와 페이팔의 상징

오래된 상징을 지키는 태도는 더 하트퍼드에서도 반복된다. 1810년 코네티컷주 하트퍼드에서 설립된 이 보험사는 시냇물을 건너는 수사슴, 이른바 하트포드 하트를 19세기부터 써왔다. 2025년 Pentagram은 이 수사슴을 단순화한 실루엣과 입체적 디테일로 현대화하고 안정을 뜻하는 블랙, 유산을 뜻하는 클라레, 현대성을 뜻하는 푸시아를 핵심 색으로 도입했다. 마스터카드의 원, 페이팔의 P, 더 하트퍼드의 수사슴은 모두 브랜드보다 오래 산 상징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Pentagram은 세 경우 모두 형태 자체를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상징을 디지털 화면에서도 읽히도록 깎아내는 방식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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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 2블랙과 클라레, 푸시아로 정리된 더 하트퍼드의 새 색상

지도와 격자에서 찾은 로고

상징을 다듬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아예 없던 형태를 새로 발명한 사례도 있다. 미국 오클라호마주 털사의 필브룩 미술관은 본관 빌라와 다운타운 분관이라는 두 거점 체제로 확장하면서 2012년 Pentagram에 정체성을 맡겼다. 파트너 마이클 비럿 팀은 털사 시가지를 그리드로 나눈 뒤 미술관의 두 거점이 위치한 영역을 잘라내자 알파벳 P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을 발견했고 이 형태가 동시에 사람의 얼굴을 닮았다는 점에 주목해 그대로 심벌로 삼았다. 엠아이티 미디어랩 역시 격자에서 출발했다. 1985년 니컬러스 네그로폰테와 제롬 위즈너가 설립한 이 연구소는 2011년 25주년을 맞아 7×7 격자 위에서 알고리즘으로 4만 개 넘는 변형을 만드는 생성형 로고를 썼는데 2014년 Pentagram의 마이클 비럿과 아론 페이는 같은 격자를 유지하되 단순한 ML 모노그램 하나로 정리하고 산하 23개 연구 그룹에도 같은 글리프 체계를 확장했다. 두 사례 모두 로고의 뼈대를 그 기관이 자리한 도시나 조직 구조에서 직접 끌어냈다는 점에서 닮았다.

서체와 색으로 태도를 세우다

형태보다 서체와 색으로 인상을 결정한 사례도 있다. 미국 보스턴의 벤처캐피털 OpenView는 소프트웨어 확장 단계 기업에 투자하며 실무 밀착형 접근을 표방하는데 2016년 Pentagram 뉴욕 오피스의 나타샤 젠은 경영진과 직원 인터뷰로 조직 문화를 파악한 뒤 실용적이고 절제된 인상을 위해 사선과 수평, 수직 단절을 넣은 커스텀 스텐실 서체를 만들었다. 딥 블루를 주조색으로 삼고 워드마크와 OV 모노그램을 함께 운용했다. 브라질의 이타우는 반대로 색 자체를 바꿨다. 1945년 상파울루에서 시작해 2008년 우니방쿠와 합병한 이 은행은 1980년대부터 블루 바탕에 옐로 글자 조합을 오래 지켜왔지만 2023~2024년 Pentagram과의 작업에서 소문자 i를 감싸는 사각형을 강물에 다듬어진 돌처럼 유기적인 형태로 바꾸고 주조색을 오렌지로 옮겼다. 한국의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닥터자르트는 2004년 설립 이후 의사를 뜻하는 닥터와 예술을 뜻하는 아트를 더하기 기호로 결합한 이름을 써왔다. 2018년 정리된 아이덴티티는 간결한 로고와 절제된 색감, 실험적이면서도 위생적인 패키징으로 의학적 권위와 현대적 감각을 함께 전달한다.

Plate 3지도와 격자에서 형태를 끌어낸 필브룩 미술관과 엠아이티 미디어랩

산업이 달라도 반복되는 손

여덟 브랜드를 나란히 놓으면 보험과 결제, 미술관과 연구소, 벤처캐피털과 화장품이라는 서로 무관한 업종에서 비슷한 절차가 반복된다. 마스터카드와 페이팔, 더 하트퍼드는 이미 있던 상징의 군더더기를 걷어내는 쪽을 택했고 필브룩 미술관과 엠아이티 미디어랩은 기관이 놓인 물리적 격자에서 로고의 뼈대를 끌어냈다. 이타우와 OpenView, 닥터자르트는 형태보다 색과 서체로 브랜드의 태도를 새로 정의했다. 접근은 셋으로 갈리지만 결과물은 대체로 장식을 줄이고 하나의 상징이나 색, 서체가 여러 매체에서 일관되게 반복되도록 시스템을 짜는 쪽으로 수렴한다. Pentagram이 서로 다른 시대와 국가의 브랜드에 남긴 흔적은 오래된 상징을 얼마나 적게 건드리고도 새로워 보이게 만드는가라는 질문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