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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MagazineNo.02아이덴티티

jkr의 서로 다른 얼굴

jkr는 로고보다 브랜드가 움직이는 방식을 설계한다. 유산과 제품, 데이터에 따라 그 문법은 달라진다.

표식보다 체계 디자인 스튜디오 jkr가 다룬 브랜드는 동물복지 단체부터 데이터센터 기업과 기술 조직, 금융 서비스와 식음료까지 폭이 넓다. 서로 다른 작업을 관통하는 것은 특정한 도형이나 색이 아니다. jkr는 브랜드가 이미 가진 이름과 역사, 제품의 물성이나 서비스 방식을 찾아 시각 체계의 출발점으로 삼는다. 로고는 그 체계를 압축한 표식이며 서체와 색상, 일러스트와 디지털 화면이 브랜드의 말투를 이어받는다.

이 접근은 오래된 상징을 다듬을 때와 새 브랜드를 만들 때 서로 다른 표정을 띤다. 왕립동물학대방지협회(RSPCA)에서는 약 반세기 동안 이어진 엠블럼을 유연하게 바꿨다. Center Square에서는 데이터와 사각형을 결합해 계속 변하는 로고 시스템을 세웠다. 같은 스튜디오의 작업이어도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움직이게 하는지는 브랜드가 가진 조건에 따라 달라진다.

유산의 재배치 RSPCA가 2024년 창립 200주년에 공개한 정체성은 과거의 팔각형 마름모 엠블럼을 버리지 않는다. jkr는 이를 ‘옥토펑크트’라는 유연한 팔각 프레임으로 바꾸고 그 안에 다양한 동물의 간결한 일러스트를 담았다. 전국 지부는 각자를 대표하는 동물을 내세울 수 있다. 기존 블루는 더 선명한 스왈로 블루로 이어지고 폭스 레드와 리저드 그린처럼 동물 이름을 붙인 색이 확장된다. 공동 창립자 윌리엄 윌버포스의 이름을 딴 윌버포스 산스는 자료실의 시위 플래카드 미감을 가져와 단체의 옹호 활동까지 연결한다.

뢰번에 뿌리를 둔 필스너 라거 스텔라 아르투아(Stella Artois)의 2023년 작업은 유산을 정리하는 쪽에 가깝다. jkr는 장식이 많던 카르투슈를 단순화하고 디지털 환경에 맞는 가로형 로고를 도입했다. 사냥용 뿔나팔과 팔각 별, 홉 잎과 기원 연도 표기는 남았다. 창업자 이름에서 가져온 이사벨라 세리프와 세바스티안 산스는 오래된 양조 전통을 현대적인 화면과 패키지로 옮기는 장치가 된다. 레드와 화이트, 블랙을 중심으로 한 색 체계와 별에서 퍼지는 방사형 무늬는 격식 있는 만찬보다 모던한 식탁에 가까운 브랜드 월드를 만든다.

Plate 1팔각 프레임과 별, 앰퍼샌드에 남은 브랜드의 기존 자산

미국에서 1941년 탄생한 M&M's도 익숙한 요소의 관계를 다시 조정했다. 2022년 리프레시는 대각선이던 로고를 수평으로 세우고 두 M 사이의 앰퍼샌드를 연결의 상징으로 강조했다. 브랜드 최초의 전용 서체 올 투게더에는 스마일을 암시하는 잉크 트랩과 캔디를 닮은 볼 터미널, 렌즈콩 형태를 참조한 글자꼴이 들어갔다. RSPCA가 역사적 엠블럼을 참여 가능한 프레임으로 바꿨다면 M&M's는 캔디와 캐릭터가 지닌 친근함을 포용이라는 목적에 맞춰 정돈했다. 둘 다 기존 인지도를 지우지 않으면서 활용 범위를 넓힌다.

움직이는 중심 Center Square의 정체성은 보존할 오랜 상징보다 합병으로 탄생한 기업의 성격을 설명하는 데 초점을 둔다. jkr는 Center와 Square의 가운데 글자를 잘라 음의 공간에 사각형을 만들었다. 그 프레임 안에서는 국가별 데이터가 큐브의 크기와 전환을 제어한다. Variable.io와 개발한 도구가 원천 데이터를 그래픽으로 바꾸고 사각 그리드 기반 아이콘과 아이소메트릭 일러스트가 복잡한 정보를 정리한다. 서버룸 케이블의 색상과 라벨링에서 가져온 밝은 색은 데이터센터 업계의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코드와 거리를 둔다.

2024년 새 정체성을 공개한 모질라(Mozilla)는 움직임을 데이터가 아니라 선언에 사용한다. 알파벳 M과 깃대를 결합한 깃발 심벌은 ‘인터넷을 되찾자’라는 구호를 앞세운다. 아스키 양식의 정사각형 픽셀 그리드와 어긋난 픽셀 하나는 초기 웹 미학과 티라노사우루스 마스코트를 함께 환기한다. 흑백 위에 RGB 그린을 강조하고 세미슬랩 워드마크와 디지털 환경을 위한 맞춤 서체군을 배치했다. Center Square의 사각형이 변화하는 데이터를 수용하는 창이라면 모질라의 픽셀 깃발은 오픈웹과 디지털 권리를 표명하는 표지가 된다.

Plate 2데이터의 사각형과 픽셀 깃발, 금융 서비스의 창

미국 금융 브랜드 Chime의 2024년 리프레시도 화면 속 사용 경험에서 출발한다. jkr는 카드와 앱을 재정적 전진을 보여주는 창으로 규정했다. 상징적인 초록은 더 부드럽고 선명하게 다듬었으며 산세리프와 세리프를 짝지은 타이포그래피 체계를 마련했다. 식물과 자물쇠 같은 단색 아이콘, 손그림 일러스트와 이모지는 성장과 보안을 딱딱한 금융 용어 대신 친근한 표현으로 전달한다. Center Square가 데이터 자체를 미감의 재료로 삼는다면 Chime은 사용자가 만지는 카드와 앱을 정체성의 중심에 둔다.

제품의 말투 과일향 탄산음료 환타(Fanta)의 2023년 시각 체계는 제품이 가진 맛과 청량감을 직접 드러낸다. 굵고 둥근 글자에는 비틀린 트위스트가 들어가고 물방울형 스플래시는 맛에 따라 색을 달리한다. 과일 일러스트와 높은 채도의 색은 각 풍미를 구분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경쾌한 성격을 유지한다. 하나의 고정된 색보다 여러 맛을 수용하는 변주가 중요한 체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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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 3오렌지와 옐로, 블루가 만드는 과일향 탄산음료의 색 체계

스니커즈(Snickers)의 2026년 작업은 색의 확장보다 워드마크 내부의 성격을 파고든다. jkr와 Studio Drama는 로고의 S가 가진 척추 형태와 수직 획의 리듬, 각진 종단부를 전용 서체 스니커즈 산스로 확장했다. 기존 로고타입은 자간과 글자 사이의 구조를 미세하게 조정하는 수준으로 남겼다. M&M's가 둥근 캔디와 여러 캐릭터를 서체와 색에 반영한다면 스니커즈는 굵은 워드마크와 배고픔을 다룬 오랜 광고 태도를 유지한다. 같은 마스의 제품이어도 하나는 연결과 소속감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포만감과 특유의 직선적인 어조를 밀어붙인다.

서로 다른 문법 이 작업들을 나란히 놓으면 jkr의 공통점은 일정한 외형보다 번역 방식에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동물복지의 옹호는 플래카드에서 온 서체와 동물 프레임이 되고 양조 전통은 뿔나팔과 별을 정돈한 문장이 된다. 데이터는 움직이는 사각형이 되고 오픈웹의 가치는 픽셀 깃발이 되며 금융 서비스의 간편함은 카드와 앱이라는 창에 담긴다. 캔디의 형태와 초콜릿 바의 워드마크, 탄산음료의 맛은 각기 다른 서체와 색의 규칙을 낳는다. 공통된 것은 브랜드 안에 이미 있는 단서를 찾는 태도이며 다른 것은 그 단서가 실제로 움직이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