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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MagazineNo.03디자인 스튜디오

Collins가 그린 여덟 곳

업종이 다른 여덟 브랜드를 Collins라는 한 스튜디오가 맡았다. 되풀이되는 방식과 매번 달라지는 선택을 나란히 놓는다.

스튜디오 Collins의 작업 목록은 업종부터 제각각이다. 방송 채널이 있고 오케스트라가 있고 스트리밍 플랫폼과 클라우드 서비스가 있다. 음악 소프트웨어 회사와 오디오 기업과 마케팅 플랫폼도 있으며 샌프란시스코의 한 동네까지 들어 있다. 이 글은 그중 여덟 곳을 나란히 놓고 Collins가 무엇을 되풀이하고 무엇을 매번 다르게 푸는지 따져 본다.

글자가 움직이는 방식

가장 눈에 띄는 공통점은 글자다. Freeform은 디즈니 산하의 젊은 성인층 대상 엔터테인먼트 사업부다. Collins는 '항상 형성 중'이라는 관객 인식을 핵심 개념으로 잡아 FF 이니셜을 감싼 원형 로고를 가변형 타이포그래피 체계로 바꿨다. Monotype와 함께 Neue Haas Grotesk를 바탕으로 가변 서체를 만들었고 글자는 여러 축을 따라 비틀리고 휘도록 설계됐다. 정지 상태에서도 운동감을 암시하고 모션에서 정점에 이르는 것이 이 시스템의 요령이다.

샌프란시스코 심포니에서는 글자가 소리에 반응한다. 스위스 바젤의 활자 회사 디나모와 손잡고 ABC 애리조나를 토대로 악보의 음표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는 세리프를 만들었다. 마이크로 들어온 소리에 글자가 늘어나는 모습을 확인하는 심포나이저 도구도 함께 개발됐다. 계기는 에사페카 살로넨의 음악감독 취임이었다. 음악과 기술의 접점에 깊은 관심을 가진 지휘자의 비전이 곧 서체의 설계 조건이 됐다.

뮤즈 그룹의 사정은 또 다르다. 얼티밋 기타, 뮤즈스코어, 오데이시티 같은 도구를 거느렸지만 회사 차원의 통합된 브랜드는 없었다. Collins는 이 회사를 숙달이 아닌 자연스러운 흐름을 강조하는 '크리에이티브 플루언시 컴퍼니'로 재정의했다. 악보 조각이 글자 M으로 모이는 구성에 소리에 반응하는 키네틱 타이포그래피를 얹었고 전용 서체 Muse Display는 네 가지 스타일로 짰다. 트위치도 2019년 첫 대규모 리브랜딩에서 무그 신디사이저에서 영감을 얻은 전용 서체 루버트를 들였다.

Plate 1움직임을 품은 글자 체계를 앞세운 세 아이덴티티

지킬 것과 버릴 것

움직이는 글자가 공통분모라면 과거를 다루는 태도는 갈린다. Bose는 보존 쪽이다. 1960년대에 손으로 그린 워드마크를 거의 그대로 두고 'B'의 아랫부분과 'E'의 윗부분 바만 다듬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토마스 마르케비치우스는 자산과 정체성을 지키려고 중앙 로고에 손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신 그 바 형태를 모든 확장 요소의 기초 도형으로 삼았다.

바르샤바의 파운드리 테키오와 만든 전용 서체는 워드마크의 이탤릭 글자꼴에서 출발한다. 보스 특유의 30도 각도가 완전한 타이포그래피 시스템으로 바뀌었다. 색은 음계의 음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여덟 가지 색조에서 시작해 확장형 매트릭스로 펼쳐진다. 지키는 것이 분명하니 바꾸는 범위도 분명해졌다.

메일침프는 절반만 지켰다. 필기체 로고타입은 두툼하고 살짝 기울어진 소문자 산세리프 워드마크로 교체됐다. 마스코트 프레디는 남았지만 머리의 M 표식과 일부 털이 빠지고 귀가 단순해졌다. 쿠퍼 블랙을 토대로 변형한 쿠퍼 라이트와 캐번디시 옐로가 새 얼굴을 완성했다. 표기에서 c를 소문자로 낮춘 것은 더 이상 이메일 회사만이 아니라는 선언이기도 했다.

드롭박스는 가장 멀리 갔다. 입체감과 그라데이션이 들어간 2008년의 열린 상자는 사라졌다. 2017년 Collins와 사내 브랜드 스튜디오는 평면 다이아몬드 형태를 결합한 단순한 마크로 파일 보관 도구를 창작과 협업의 플랫폼으로 다시 정의했다. Sharp Type가 만든 Sharp Grotesk가 전용 서체로 들어왔고 강렬한 컬러와 일러스트레이션이 붙었다. 색 위에 색을 얹은 텍스트 같은 과감한 표현은 디자인계에서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Plate 2유산을 얼마나 남길지가 서로 달랐던 세 아이덴티티

동네에 붙인 이름

더 이스트 컷은 이 목록에서 가장 이질적이다. 기업도 제품도 아닌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의 동네가 대상이기 때문이다. 2018년 4월 공개된 이 작업은 트랜스베이, 폴섬, 린컨힐 세 구역에 하나의 이름을 붙이는 일에서 시작했다. 재개발과 신축으로 빠르게 변하던 곳이었지만 통합된 지역 정체성은 없었다.

이름은 1869년 린컨힐을 가로질러 낸 세컨드 스트리트 컷 토목 사업에서 따왔다. 로고는 세 구역을 세 개의 층으로 쌓은 대담한 'E'다. 단색의 정제된 표현으로도 쓰이고 동네의 얼굴과 장소를 채워 넣는 패턴 컨테이너로도 쓰이도록 만들었다. 고정된 마크라기보다 여러 표현을 받아 내는 캔버스에 가깝다.

적용 매체도 동네답다. 거리의 대형 포스터와 배너, 공사 현장 가림막, 사이니지가 핵심이고 웹사이트에는 서비스 요청 양식과 행사 캘린더, 노숙인 지원 기부 기능이 들어갔다. 지금은 커뮤니티 베네핏 디스트릭트가 Collins가 만든 명칭과 시각 체계 그대로 운영한다. 브랜드가 광고 대신 행정과 일상에 쓰이는 드문 경우다.

색을 쓰는 법

색의 선택에서도 스튜디오의 손버릇이 보인다. 트위치는 글리치 말풍선과 한층 밝아진 퍼플을 중심에 두고 게임과 대중문화에서 이름을 딴 보조 색상군으로 시스템을 넓혔다. 팔레트 자체는 퍼플과 검정과 흰색 세 가지로 간결하다. 메일침프의 팔레트는 더 좁다. 캐번디시 옐로와 어두운 한 색이 전부고 파스텔 배경과 밝은 강조색이 보조로 붙는다.

더 이스트 컷은 정반대로 넓게 펼친다. 따뜻한 뉴트럴과 자연의 초록·갈색에 활기찬 분홍과 노랑을 섞어 건축과 자연과 사람이라는 동네의 세 환경을 색으로 잇는다. Freeform은 기존의 오션 블루 계열에서 핑크 계열의 강조로 옮겨 갔다. Bose의 여덟 색은 절제됐던 기존 팔레트를 더 강렬하게 밀어 올린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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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 3더 이스트 컷의 네 가지 색

나란히 놓았을 때

여덟 곳을 포개 보면 되풀이되는 것은 형태가 아니라 방식이다. 거의 모든 곳에 전용 서체가 있고 마크는 하나의 고정된 그림이기보다 움직이거나 변주되는 체계로 설계됐다. 글자는 소리에 반응하거나 여러 축으로 휘고 로고는 캔버스가 되며 색은 한 줄의 음계나 한 동네의 풍경으로 확장된다.

달라지는 것은 과거와의 거리다. Bose는 손그림 워드마크를 지켰고 메일침프는 마스코트를 남긴 채 글자를 바꿨으며 드롭박스는 상자를 버렸다. 더 이스트 컷은 지킬 과거 대신 역사에서 이름을 길어 올렸다. 같은 도구를 쓰면서도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는 브랜드가 가진 이력에 따라 매번 다시 정해진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