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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tlas MagazineNo.02카페

카페는 무엇을 파는가

커피 체인은 가격과 메뉴, 공간과 색으로 서로 다른 일상을 설계한다. 여덟 브랜드의 선택을 나란히 살폈다.

한 잔 너머의 경쟁 카페를 나란히 읽으면 같은 커피가 전혀 다른 약속으로 팔린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누군가는 낮은 가격과 큰 용량을 앞세우고 누군가는 케이크와 빵을 커피의 짝으로 세운다. 작은 점포와 자동화 설비를 결합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넓은 공간에서 머무는 경험을 강조하는 브랜드도 있다. 오늘의 카페 경쟁은 원두의 맛만이 아니라 방문 이유를 얼마나 분명하게 설계하느냐에 가까워 보인다.

엔제리너스는 브랜드 이름과 공간의 의미를 거듭 고쳐 왔다. 자바커피에서 출발한 뒤 2006년 12월 Angel-in-us Coffee로 이름을 바꿨고 2021년 하반기에는 아기 천사 심벌을 폐기했다. 지금은 정돈된 ANGELINUS 표기와 어반 데일리카페 콘셉트 아래 베이커리 특화매장, 반미, 엔제린밸런스 같은 선택지를 더한다. 할리스는 1998년 서울 강남역의 에스프레소 전문점에서 시작해 자체 로스팅 커피를 중심에 두면서 빙수와 할리치노, 디저트와 굿즈로 영역을 넓혔다. 2021년 브랜드명에서 커피를 뗀 변화는 두 브랜드가 모두 음료점보다 넓은 일상 경험을 찾고 있음을 보여준다.

디저트의 자리 투썸플레이스는 커피와 케이크를 한 쌍으로 묶는다. 2002년 서울 신촌에 첫 매장을 열 때부터 케이크와 커피를 함께 즐기는 공간을 제안했고 이후 디저트 특화 노선을 선명하게 다듬었다. 2014년 선보인 스초생은 홀케이크를 카페의 핵심 상품으로 만드는 데 쓰인 브랜드 자산이다. 매장 판매에 모바일 기프트와 사전 예약 주문을 연결한 방식도 카페 방문을 축하와 선물의 장면으로 확장한다. 엔제리너스가 갓 구운 베이커리와 식사 수요를 붙잡고 할리스가 빙수와 디저트로 체류 이유를 만든다면 투썸플레이스는 케이크 자체를 목적지로 삼는 구도를 택한다.

Plate 1빵과 디저트, 공간 경험으로 커피 바깥의 방문 이유를 만드는 브랜드들

가격의 문법 한국 식음료 브랜드 컴포즈커피는 2014년 부산 기장에서 출발해 초저가 테이크아웃 모델을 확장했다. 합리적 가격의 커피를 일상재로 제안하고 가맹점망과 원두 공급을 결합한 구조는 2024년 필리핀 졸리비 컨소시엄의 경영권 인수로 이어졌다. 메가MGC커피는 대용량 메가리카노와 폭넓은 음료군, 잦은 신메뉴로 가격 이상의 선택지를 내놓는다. 노란색 매장과 MGC 이니셜은 많은 점포가 반복 노출되는 확장 방식과 맞물린다.

한국 식음료 브랜드 이디야커피는 2001년 서울 중앙대점에서 시작해 작은 매장과 합리적 가격을 결합한 다점포 모델을 먼저 정착시켰다. 그러나 더 낮은 가격을 앞세운 후발 브랜드가 늘자 프리미엄과 초저가 사이의 위치가 과제가 됐다. 한국 식음료 브랜드 빽다방은 대용량과 가성비를 백종원의 캐리커처, 노란색과 파란색의 대비에 결합해 친근한 인상을 만들었다. 컴포즈커피가 군더더기 없는 실용성을 내세우고 메가MGC커피가 메뉴 회전과 노출을 강화한다면 이디야커피는 익숙한 동네 카페의 가까움을, 빽다방은 인물의 인지도와 푸근한 보이스를 자산으로 삼는다. 같은 저가 시장 안에서도 가격은 출발점일 뿐이며 브랜드를 기억하게 하는 장치는 서로 다르다.

Plate 2합리적 가격을 서로 다른 색과 메뉴, 점포 전략으로 번역한 카페들

작은 점포의 기술 미국에서 출발한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카페의 면적과 운영 방식을 다시 조합한다. 2020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배터리 구동 이동식 커피 카트로 시작했고 이후 30제곱미터 안팎의 소형 점포에 자동 에스프레소 머신과 앱 주문을 결합했다. 좁은 면적은 약점이라기보다 주거지와 교통 요지, 상점가에 점포를 촘촘히 배치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 매차 음료와 에스프레소 메뉴를 빠른 그랩앤고 방식으로 제공하는 구성도 이 운영 모델과 맞물린다. 한국의 저가 브랜드가 가맹점망과 테이크아웃 수요를 통해 일상 동선에 들어갔다면 블랭크 스트리트는 소형 점포와 자동화로 비슷한 접근성을 만든다고 해석할 수 있다.

선명한 민트그린은 이 브랜드의 운영 전략을 거리의 표정으로 바꾼다. 매장 외관과 차양, 컵, 주문 앱에 같은 녹색을 적용하고 장식을 덜어낸 워드마크를 사용해 작은 점포도 쉽게 식별되도록 했다. 공간이 작을수록 색과 로고의 일관성이 점포의 존재감을 보완하는 셈이다. 엔제리너스의 천사 심벌 폐기, 할리스의 왕관 엠블럼, 메가MGC커피와 빽다방의 노란색 역시 카페가 간판과 컵만으로 자신을 설명해야 한다는 공통 과제를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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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te 3작은 점포를 하나의 거리 풍경으로 묶는 민트그린

서로 다른 일상 여덟 브랜드를 함께 놓으면 카페의 성패를 하나의 가격대나 메뉴로만 설명하기 어려워진다. 투썸플레이스는 케이크를 방문 목적으로 만들고 엔제리너스와 할리스는 빵과 디저트, 공간을 통해 커피 너머의 체류를 제안한다. 컴포즈커피와 메가MGC커피, 이디야커피와 빽다방은 모두 가성비를 말하지만 점포 구조와 색, 대용량 메뉴와 인물 자산에서 각자의 문법을 만든다. 블랭크 스트리트 커피는 자동화와 앱 주문, 소형 점포와 단일 강조색이 하나의 브랜드 경험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들을 가르는 것은 커피 한 잔의 유무가 아니라 그 한 잔을 어떤 동선과 기분, 식사와 선물의 장면에 놓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