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las MagazineNo.01스튜디오
로고 뒤에서 일한 사람들
울프 올린스가 트럭 기사를 인터뷰하던 1967년부터 랜도가 타파웨어의 뚜껑을 그린 2024년까지. 다섯 스튜디오의 작업으로 리브랜딩이라는 일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 따라간다.
브랜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이름 하나가 자꾸 눈에 걸린다. 로고 옆에 붙은 디자인 회사의 이름이다. 브랜드 아틀라스 아카이브에는 누가 그 아이덴티티를 만들었는지가 기록된 작업이 수백 건 있다. 그 기록을 스튜디오별로 다시 묶어 보면 로고 하나를 그리는 일이 반세기 동안 얼마나 넓어졌는지가 보인다. 다섯 스튜디오의 작업을 시간순으로 놓았다.
1967년, 회장부터 트럭 기사까지
영국의 산업용 가스 회사 BOC의 아이덴티티는 울프 올린스(Wolff Olins)가 1967년에 작업한 초기 대표작이다. 출발점은 로고가 아니었다. 인수를 거듭하며 흩어진 그룹 안의 여러 회사 이름을 하나의 시각 체계로 묶는 일이 먼저였다. 울프 올린스는 회장부터 트럭 운전사까지 조직의 모든 층위를 인터뷰했고 차량을 몇 년마다 다시 칠하는지, 몇 대를 굴리는지까지 셌다. 한 임원은 결정이 말단까지 내려가는 데 한참 걸리는 자기 회사를 '공룡의 신경계'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렇게 나온 결과물은 굵은 줄무늬 로고 하나에 그치지 않았다. 레터헤드와 차량 도장, 서식, 사내 커뮤니케이션 절차까지 한 체계로 짰다. 오늘날 우리가 아이덴티티 컨설팅이라고 부르는 일의 원형이 여기에 있다. 로고는 결과물의 일부이고 일의 대부분은 회사가 어떻게 움직이는지 알아내는 데 들어간다.
일본의 CI, 파오스
같은 생각이 가장 체계적으로 뿌리내린 곳은 일본이다. 디자인 컨설팅 회사 파오스(PAOS)의 작업이 아카이브에 여럿 남아 있다. 마쓰다는 1975년 기업 심벌과 전용 서체, 그리고 마쓰다 블루를 축으로 한 통합 CI 체계를 들였다. 1936년 날개와 세 개의 M을 겹친 엠블럼으로 시작한 회사가 처음으로 로고가 아니라 체계를 가진 것이다.
1984년에서 1985년 사이 파오스는 창업자 나카니시 모토오가 직접 참여한 가운데 욕실 설비 회사 이낙스의 아이덴티티를 맡았다. 60주년을 앞두고 사명과 시각 정체성을 통째로 바꾸는 작업이었다. 세 개의 시안 가운데 고른 것은 동적인 대문자 I였다. 양과 음의 공간, 날카로운 예각을 써서 글자가 표면에서 떠오르는 듯 보이게 했고, 욕실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담았다는 뜻에서 '스페이스 심볼'이라고 불렀다. 이 심볼은 세로로도 가로로도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차량 도장부터 매장 간판, 작은 포장까지 한 모양으로 버티게 하려는 것이었다. 색은 '어메니티 블루'라는 이름을 붙인 파랑을 흑백과 함께 썼다.
같은 해인 1984년 파오스는 브리지스톤의 워드마크도 다시 그렸다. 예전 로고에 있던 검은 삼각형을 없애는 대신 그 모양을 B의 아래쪽에 숨겨 넣었고 B 위쪽의 붉은색이 다시 삼각형을 이룬다. 없앤 요소를 글자 안에 남겨 둔 셈이다. 브리지스톤이라는 이름은 창업자의 성 이시바시(石橋), 곧 돌다리를 영어로 옮긴 Stone Bridge의 어순을 뒤집어 만들었다.
2015년, 서른한 가지 색
뉴욕의 콜린스(Collins)가 스포티파이와 한 작업은 체계의 의미가 디지털로 넘어가며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여 준다. 콜린스는 1년에 걸친 작업 끝에 검정 위주의 무겁고 기술적인 인상을 걷어냈다. 흑백과 그린뿐이던 색을 31색으로 늘렸고 두 색을 겹치는 듀오톤과 각진 구도로 1960년대 음반 홍보물 같은 인상을 만들었다. 새 정체성은 2015년 3월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서 공개됐다.
흥미로운 건 이 체계를 굴린 방식이다. 스포티파이 화면에는 매일 수많은 앨범과 아티스트 이미지가 올라온다. 사람이 하나하나 듀오톤을 입힐 수는 없다. 콜린스의 경험디자인 디렉터 브렛 렌퍼는 듀오톤과 색 적용을 자동으로 처리하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었고 안에서는 이를 '컬러라이저'라고 불렀다. 울프 올린스가 차량 도장 주기를 셌다면, 콜린스는 이미지를 칠하는 프로그램을 짰다. 둘 다 로고보다 로고가 쓰이는 방식을 설계했다.
그린 원 안의 세 곡선은 이 리브랜딩보다 오래됐다. 디자이너 크리스티안 빌손에 따르면 이 곡선은 음파가 아니라 '스트리밍'을 그린 것이고 2006년에 처음 고안됐다. 곡선을 일부러 조금 기울인 것도 완벽한 직선이 너무 표준적이고 개성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뒤로 돌아가는 리브랜딩
존스 놀스 리치(jkr)의 작업은 방향이 반대다. 2018년 9월 던킨은 이름에서 '도넛(Donuts)'을 떼어 냈고 2019년 1월부터 새 표기를 썼다. jkr은 BBDO 뉴욕, 아크 월드와이드와 함께 이 작업을 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버린 것보다 지킨 것이다. 1973년부터 이어 온 핑크와 오렌지, 둥글고 굵은 글자의 느낌은 그대로 두고 2002년에 붙였던 커피컵 그림만 뗐다. 전용 서체는 타입 파운드리 콜로폰(Colophon)이 만들었고 던킨 산스와 던킨 세리프 두 벌로 나왔다.
2021년 버거킹에서는 한 걸음 더 나갔다. 20여 년 만의 전면 리브랜딩이었는데, 새로 만든 것은 거의 없었다. 1999년에 빵을 감싸며 들어온 파란색 초승달을 완전히 없애고 1970~90년대 스타일의 평평한 번(bun) 로고로 돌아갔다. 두 개의 빵 사이에 굵은 글자를 끼운 이 모양은 1969년에 처음 정립된 것이다. 색은 음식에서 뽑았다. 머스터드에서 오렌지로 이어지는 톤과 짙은 갈색이 직화 구이를 떠올리게 한다. 전용 서체 '플레임 산스(Flame Sans)'는 음식의 둥근 모양에서 영감을 받았다.
같은 스튜디오가 2020년에 맡은 하인즈도 오래된 자산의 힘을 믿는 브랜드다. 펜실베이니아주를 뜻하는 쐐기돌(키스톤) 모양 라벨과 1896년에 도입한 '57 varieties' 문구가 지금도 병에 새겨져 있다. jkr의 작업들을 나란히 놓으면 이 스튜디오가 새 로고를 그리기보다 브랜드가 이미 가진 것을 골라내는 데 공을 들였다는 걸 알 수 있다.
뚜껑이 벗겨지는 순간
가장 최근 작업은 2024년 랜도(Landor)가 맡은 타파웨어다. 랜도는 뚜껑이 뒤로 벗겨지는 순간을 대문자 T 모양으로 그렸다. 슬로건은 'Utility is beautiful', 쓸모 있는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용기 뚜껑 가장자리의 물결 모양을 빌려 'The Original Since 1946'이라는 표식도 만들었다. 얼 터퍼가 만든 폴리에틸렌 용기와 텀블러가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영구 소장품이라는 사실까지 떠올리면, 이 리브랜딩이 어디에 기대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제품이 원래 가진 모양이다.
반세기를 한 줄로 놓으면
1967년 BOC에서 2024년 타파웨어까지 늘어놓으면 스튜디오가 하는 일이 세 번쯤 넓어졌다. 처음에는 흩어진 회사를 한 얼굴로 묶는 일이었다. 일본의 CI 시대에는 그 얼굴을 서체와 색, 간판과 차량까지 늘어나는 체계로 만드는 일이 됐다. 화면의 시대에 들어서는 그 체계를 스스로 굴러가게 하는 도구까지 만들게 됐다. 그 사이 한쪽에서는 jkr처럼 새로 그리기보다 원래 있던 것을 되찾아 주는 작업이 하나의 장르가 됐다.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다섯 스튜디오 모두 로고를 그리기 전에 그 회사가 무엇을 이미 가지고 있는지부터 봤다. BOC의 트럭, 이낙스의 욕실, 스포티파이의 수많은 앨범 표지, 버거킹의 옛 빵, 타파웨어의 뚜껑이 그렇다. 좋은 리브랜딩의 재료는 대개 회사 안에 이미 있다.






